
열대의 나라에서 추위라니! 지난 새벽, 으슬으슬한 기운에 잠을 깼다. 고산지대인 달랏은 연평균 18도 기온으로 영원한 봄의 도시라 불린다. 꽃이 활짝 핀 봄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마치 눈이 올 것처럼 털모자와 목도리, 귀마개로 둘둘 싸매고 있고, 호텔 벽난로는 뜨겁게 활활 타오른다. 여전히 봄인 채로 12월 보내는 도시는 초록 내음 아래 성탄 장식을 반짝인다.
이곳에서 베트남인과 여타 다른 나라 사람을 구별하는 가장 큰 표식은 두꺼운 패딩이다. 여느 외국인들처럼 긴팔 후드티 하나만 걸친 나는 베트남인들의 패션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패딩과 퍼를 입고, 딸기가 올라간 성탄 케이크를 사며 들뜬 표정을 보았다. 그들은 이 추위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베트남인들이 달랏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이유이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열대의 나라에서는 더위를 즐기겠다는 듯이 굳이 한국의 여름보다 더 얇고 짧은 시원한 옷차림을 즐긴다. (짐을 1g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런 것도 있다)
얇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달랏을 산책했다. 호숫가를 걷고, 사원에서 기도하고, 골목과 광장을 누볐다. 어색하다고 느꼈던 초록의 크리스마스가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그 어느 도시보다 한국 사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은 날이었다.
Nha Trang Travel 4.Da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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