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치

죽은 나무가 비명을 지를 수 있을까?
지난주 전기톱소리, 기름냄새, 그리고 초록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아침잠에서 깼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 3면의 창으로 푸른 나무들이 보였다. 바람에 댓잎이 몸을 비비는 소리는 그 무엇보다 청량했고, 젊고 건강한 은행나무의 무성한 잎사귀는 언제나 눈부시게 빛났다. 그리고 나보다, 나의 집보다, 어쩌면 이 마을보다 오래 살았을 우아하고 늠름한 회화나무!

모든 초록이 과거 되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잘린 회화나무 둥치는 붉고 축축한 냄새가 나고, 그 빈자리를 지날 때마다 붉고 축축한 마음이 전염된다. 죽은 게 맞긴 한 걸까?

지난봄 불타오른 나무들이 떠올랐고
비명도 못 지르고 사라진 생들이 기억나고
이토록 슬프고 슬프고 슬프고

Cut off the bottom part of the tree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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