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읽기

깊은 땅속 암반 사이사이로 기어다니며 사는 짐승이란다. 여기저기 흩어져 이는 놈들을 다 합쳐보면 수천 마리나 되지만 가족을 이루지 않고 늘 외돌토리로 다니지. 생기기는 사슴 모양으로 생겼는데, 온몸에는 시꺼먼 털이 돋았고 두 눈은 굶주린 범처럼 형형하다. 바윗돌을 씹어먹어 배고픔을 이기느라고 이빨은 늑대 송곳니처럼 날카롭고 단단하지. 이마에는 번쩍이는 뿔이 한 자도 넘게 자라 있어서 이 짐승이 걸어가는 길 앞을 관솔불마냥 훤하게 밝혀준단다.

-한강 장편소설 ‘검은 사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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