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날이다.
크로노스의 시간. 생과 사의 경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신 그가 생일 전날 부고를 보내왔다. 며칠 전 어떤 죽음들에 관한 글을 읽고 생각했다. 곧 생신이니 오랜만에 연락을 드려야지 하며 며칠 미룬 사이 아무렇지 않게 그는 훌쩍 경계를 넘어 사로 떠났다. 몹시 슬프다.
카이로스의 시간. 오랜 투병이나 짙은 가난에도 그는 고귀했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나는 단 한번도 그를 걱정한 적이 없다. 내가 아는 한 존재론적 믿음의 현현이시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마 지금 여기 있으시다면 말씀하실 것이다. 슬픈 일이 아니다.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 슬피 기도한다. 육을 너머 영의 세계로 간 그가 아닌 남아버린 나를 위해 힘껏 슬퍼하고 그리고 가르쳐주신 대로 정성껏 기도한다.
나의 영원한 선생님, 유재혁 집사님(1962.12.12(음)-2025.1.10)
May he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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