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픔을 이야기하는 일이 너무나 새삼스럽고도 뻔하게 느껴진다.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무슨 이유로 아픈 건지는 각자의 사정으로 남겨두더라도 모두가 병들어있다는 사실만은 같다. 모두에게나 조금씩 있는 것은 곧 아무에게도 없다는 듯 무마되어버리고야 말기에 개개의 아픔은 충분히 감응되지 못한 채 그곳에 방치된다. 이때 방치되는 것은 또한 스스로의 병든 마음이기도 하다. 도처에 널려있는 아픔, 그 어디쯤 놓인 나 자신의 병증이란 어찌나 작고도 대수롭지 않게만 여겨지는지. 몹시도 오래 아파온 사람은 슬픈 사람이 된다. 그렇게 제때 진단되지 못한 아픔은 이내 슬픔이 된다. 자신이 슬픔인 줄도 모르는 슬픔이 그곳에, 또한 이곳에 있다.
-송연정 평론 ‘디렉터스 코멘터리: ( )로부터-백은선론’ 중에서
Literary 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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