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정토

앞날의 어려움만이 분명해졌다.
나는 나의 세월을 난도질한다. 그 절단면을 이어야 한다.
올해는 모든 것이 표면화될 것이다. 우리 일상의 발밑에 있는 엷은 균열이 좀더 빠끔히 입을 벌릴 것이다. 그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 안의 메마른 모든 관계, 모든 양상이 뿌리째 드러날 것이다. 우리들 자신의, 벌거숭이가 된, 천 갈래로 찢긴 중추신경이 그런 갈라진 틈 속에서 따끔따끔 통증을 느끼며 헤엄쳐 나올 것이다.
너와 나라는 사회적 존재의 ‘탈락’과, 자기 윤리의 ’소실‘과, 가속도가 붙은 세월의 ’황폐‘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것들을 연결시켜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으리라.
-이시무레 미치코의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 중에서

石牟礼道子 ‘苦海淨土-わが水俣病’
Paradise in the Sea of Sorrow: Our Minamata Disease by Michiko Ishimure

하코카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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