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냉장칸

마지막 점검을 위해 냉장칸의 냉매관을 잘랐다. 푸쉬이이- 냉장고가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일요일부터 자본훼방일지를 쓰고 있다. 그래서일까? 자본의 총체이자 기후 악당인 냉장고가 나를 시험하는 것 같다. 월요일부터 슬슬 미지근해지기 시작한 냉장고는 화, 수, 목에 걸친 엔지니어 님의 네 번의 점검 끝에 운명을 다했다. 지지 않기로 했다. 과소비를 부르는 냉장고를 새로 사는 대신, 남아있는 냉동칸과 김치칸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엔지니어 님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회의 끝에 다시 오셔서 냉장칸 콤프레셔 커넥터를 잘라 혹시 모를 과열을 끊고 남은 칸을 쓰게 해 주셨다.
서서히 온도가 오르고 있는 냉장고를 정리한다. 그동안 쌓아둔 식료품들이 꽤 많다. 주로 청과 쨈이다. 이게 다 달콤한 자본 욕망의 흔적인 것 같다.
고장 난 것은 냉장고인데 덩달아 미지근한 마음이 상하려고 한다. 정리를 끝내면 다시 시원하게 싱싱해지려나?

Good Bye, refrigerator

하코카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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