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나 걷는다. 날이 흐려 어제보다 걸을 만하다. 오로지 커피 냄새에 이끌려 발길을 돌렸다. 작고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다시 걷는다. 학교가 시끌시끌하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초등학생들, 교복을 입고 간식을 사러 나온 중고생들 덕에 거리가 한결 싱그럽다.
한 번 와본 도시를 새롭게 여행하는 방법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주로 먹는 것이지만.
치앙마이 여자 교도소 재소자 마사지를 받고 지난 여행 때 못 가 본 식당에서 북부 대표 국수 카오소이를 먹고 걷는다. 원래 가려고 생각한 반캉왓 근처 카페가 문 닫아 의외의 카페에서 커피와 바나나 케이크를 먹고 걷는다. 데이트하는 타이 젊은이도 만나고 개를 키우는 아저씨도 만나고 늘씬한 고양이들도 만난다. 노점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화채를 먹고 있기에 따라서 시켰다. 길거리 간식이 왜 이렇게 비싼가 싶었더니 세상에! 제비집수프다. 옆 수레는 할머니가 풀빵을 굽는다. 바삭하고 부드럽다. 한 봉지를 들고 또 걷는다. 견과류 파는 시장이다. 말린 과일과 함께 가게마다 말린 애벌레를 팔고 있다. 아무리 새로워도 이것까지는 도전을 못하겠다. 하얀 탑들이 인상적인 왓쑤언덕까지 걷다 치앙마이 대학교로 갔다. 넓은 호수에 청년들이 가득하다. 밤벌레와 새가 지저귀는 밤공기가 싱싱하다. 호수를 지나 캠퍼스를 지나 후문 앞 시장까지 걷는다. 청년들이 모여 토기 냄비에 담은 음식을 먹고 있다. 타이에 올 때마다 젊은이들은 꼭 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도전! 수끼의 원조 격인 찜쭘. 국물이 향긋하다. 고수를 처음 먹었을 때 강한 향에 놀랐는데 이제 음식에 고수와 홀리바질이 없으면 섭섭하다. 먹고 있으니 주문을 받던 청년부터 아버지, 주방 깊숙한 곳에 계시던 어머니까지 모두 나와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신다. 알러이 막 까! (정말 맛있어요!)
긴 하루를 마치고 망고와 멜론과 수박을 사서 숙소로 가는 길, 못 보던 과일 앞에 멈춰 섰다. 앵두와 닮았으니 과일임이 분명한데, 곁에 있는 다섯 가지 양념들은 간장 같기도 하고, 고추장 같기도 하다. 일단 추천 양념과 함께 한 봉지 샀다. 마므앙하우 마나오 호. 딱딱하고 시다. 하지만 달고 짠 양념과 먹으니 신 맛이 줄고 단 맛이 드러난다.
치앙마이는 (그새 왕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한 듯싶지만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것을 먹고 계획 대신 우연에 기대는, 우리는 조금 달라진 듯싶다.
-R-REE DOI: 아이스 아메리카노
-치앙마이 여자 교도소 재소자 마사지 센터
-카오소이 매싸이: 카오소이 느아, 꾸어이띠어우 느아, 타이레몬티
-Sensation Coffee Roasters: 롱블랙, 라테, 바나나케이크
-골목 탐험
-노점: 타이랑녹(제비집수프), 카놈크록(코코넛푸딩케이크)
-왓쑤언덕
-치앙마이대학교 후문 야시장: 착즙오렌지주스,
마무앙하우 마나오 호(카론다)
-무쭘:찜쭘
2023 Welcome Summer Thailand Travel 3. Chiangmai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