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서 80여 년을 산 이웃(나의 최고령 동네 친구)과 50여 년을 산 이웃을 만났고, 마지막 내시가 살았던 집에 다녀왔다.
인왕산에 진짜 호랑이가 있어 사람을 물어가던 시절 이야기(직접 본 적은 없고 어른들께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다. 실제로 한반도에 야생호랑이가 마지막 발견된 된 것은 1924년이다) 일제강점기 때 군인들이 불 켜진 창문을 두드리며 “빠가야로”라고 외치던 이야기, 6.25 때 지금 사직단이 있는 장소에서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살당하던 이야기와 피난을 다녀오니 백한칸짜리 한옥의 사랑채가 폭격 맞아 사라진 이야기를 들었다. (이때 할머니는 나는 17살이었는데, 그때 몇 살이었지? 태어나기 전인가?라고 물으셨다. 아직 저희 엄마도 태어나기 전이에요,라고 답했고, 함께 웃었다)
그리고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금천교시장)가 적선동 시장이라 불리며 진짜 채소와 과일을 팔아서 장을 보던 이야기(지금은 불광동에 가서 장을 보신다고 해서 따라갔다), 대오서점이 인기 카페가 아닌 할머니가 헌책을 팔던 진짜 서점이어서 레이스 뜨기 책을 엄청 사보았다는 이야기, 현재 카페와 식당이 입점해 있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기숙사 건물에 미용실이 있던 이야기, 수성동계곡이 아닌 옥인시범아파트가 있던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오후에 잠깐 작은 갤러리 ‘서촌재’ 대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구경을 했다. 마지막 내시가 살았던 한옥의 옛 흔적을 최대한 남겨둔 공간은 낯선 동시에 익숙하게 느껴졌다.
50년 전, 80년 전, 100년도 전의 서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토록 다른 시대를 살아온 우리가 지금 같은 시대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찼다.
History of Seo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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