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먹었는지 생각도 안 나는 음식들을 엄마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판교에서 먹은 크림 파스타, 홍대에서 먹은 태국식 갈비국수, 서래마을에서 먹은 뇨끼, 강남에서 먹은 일식 돈카츠, 후암동에서 먹은 징키스칸 양갈비. 우리가 함께 먹은 이국적인 음식들을 떠올리는 엄마 얼굴은 아이 같았다. 가끔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했다.
동생은 엄마가 한식파인데, 자꾸 이상한 곳에 데려간다고 뭐라 했지만, 무엇을 먹고 싶냐는 질문에 엄마는 그동안 먹은 음식들을 줄줄 이야기했다. 입맛에 안 맞을지 몰라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독특한 맛과 평소에 보기 힘든 색다른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한식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터키 음식점으로 갔다. 나 역시 처음 가본 곳이지만, 엄마는 메뉴판을 보더니 양고기 쉬시 케밥을 주문했다. 나는 카이막과 피데를 시켰다. 탁월한 저녁 식탁이었다. 나오는 길에 엄마는 외국인 직원에게 예쁘다고 칭찬해 한참 웃었다. 커피를 마시며 양고기가 부드러웠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나는 또 잊어버리겠지만, 엄마에게는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긴 것 같다.
KERVAN + STARBU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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