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벚꽃

자락길 정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옆에 여든셋의 엄마와 딸이 먼저 앉아 도시락을 드시고 계셨다. 물 한 모금 마시는데, 자꾸만 곁눈질로 우리를 쳐다보셨다. 의식하지 않으려는데 엄마는 의식하며 마주 보셨나 보다. 갑자기 여든셋의 엄마가 말을 건넸다. “이거 드실런가?” 묵은 쑥으로 직접 만드셨다는 쑥개떡을 하나 건네셨다. “어머, 제가 좋아하는 거예요. 고맙습니다.” 엄마는 냉큼 받아 맛있게 드시며 칭찬으로 화답하셨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간단한 호구조사로 시작해 요리, 날씨, 지역을 지나 급기야 정치, 경제, 사회, 건강까지 벚꽃보다 많은 이야기꽃이 흩날렸다. 쑥스러운 나는 괜히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가끔 내가 화제에 오를 때만 고개를 들고 웃었다. 바람이 불고 벚꽃이 다시 흩날렸다. 갑자기 여든셋 엄마가 “창문만 열면 벚꽃 천지인데 왜 나와서 고생인지 모르겠어”라고 말씀하시자 다들 동조하며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일어나 제 갈 길로 떠났다.
엄마는 가끔 팔아드려야 한다는 이유로 노점 할머니의 채소를 사기도 하고, 길을 헤맬 때 처음 본 사람에게 길을 묻기도 한다.
어제 걸은 길인데도, 엄마와 함께하니 세상의 이면을 걷는 것 같다.

Flower viewing with mom

하코카빔

여행, 사진, 책, 별

    이미지 맵

    photo/pm5:55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