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 실제로 달리진 않았으나, 생각보다 높은 기온과 평소보다 몹시 빠른 기상으로 인한 컨디션 저조 때문에 달리는 것처럼 숨이 차고 땀이 났다. 목표를 향해 먼저 나선 A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따라잡아야 한다.
오전 10시 선착순 방문 예약, 3시간 후 수령, 1일 5개밖에 만들지 않는 그것이 궁금해 약간의 오기로 도전했다.
조금 빨리 도착한 A는 일찍 1등으로 예약했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빵은 마감되었다고 알려줬다. 대체 빵 때문에 일찍 일어나 줄을 서는 게 말이 되나?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 몽핀 베이커리 카페를 찾은 건 이곳이 자리한 석파랑의 역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음엔 돌산을 깎아 만든 내부 인테리어를 보고 싶었다. 그다음엔 꽤 좋은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음악이 듣고 싶었다. 그다음엔 커피를, 그다음엔 커피만 마시기 아쉬워 (밤이 50개 들어간다는) 밤식빵을 , 그다음엔 (만든 지 4시간만 판다는) 바게트를, 이제는 한정판 맘모스빵을… 아니 세 시간 기다린 빵을 얼른 먹고 싶어서 받자마자 냉큼 집으로 달려왔다.
맛있다. 생각보다 더 맛있다. 속이 꽉찼다. 사실 기다리는 동안 의심했다. 기껏 목표가 빵이라니. 그것도 촌스러운 맘모스빵이라니. 하지만 이제 행복하다. 맘모스는 아니지만, 정말 이름만큼 커다랗고 묵직하고 맛있는 맘모스빵 사냥에 성공했다. 역사나 미술, 음악 같은 문명을 모르는 원시 인류가 된 기분이다. 좋다. 한동안 의기양양 배부르겠다.
Soboro b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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