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처럼 산책하러 남산에 올랐다.
유난히 맑은 날이었다.
남산 N서울타워에는 미세먼지가 하나도 없는 날에만 켜진다는 파란빛이 들어왔다.
저 멀리 떨어진 롯데월드타워가 눈앞에 있는 듯 선명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먼지를 꽁꽁 얼려 공기는 투명한 얼음 같았다.
때마침 매일 사진을 기록하는 5:55을 1분 앞두고 사진 명당이라는 ‘잠두봉 포토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연말의 금요일 밤, 쏟아져나온 불빛들로 서울의 야경이 하얀 눈처럼 반짝였다.
어디를 찍어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10초 전 가장 아름다운 곳을 향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져다 댔다.
비로소 5:55가 되고 셔터를 누르려던 순간, 스마트폰이 꺼졌다.
켜보려고 했지만, 다시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래된 스마트폰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배터리를 탕진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5:55 사진은 실패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올겨울 첫 한파가 찾아온 대설(大雪)이지만, 남산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여행자로 북적였다.
대부분 갑작스러운 추위에 방한에 실패한 이들이었다.
긴바지 위에 반바지를 덧입고, 얇은 스카프를 총동원해 얼굴을 칭칭 감았다.
겨울이 없는 남국에서 온 이들은 깡충깡충 제자리를 뛰며 고향의 언어로 떠들었다.
주어진 관람 시간을 채우지 못한 이들이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관광버스 주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 중 용감한 이들은 얇은 겉옷을 아랑곳하지 않고 언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다시 웃음이 나왔다.
실패했다.
나도, 그들도.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대설(大雪)이었다.
비록 하늘도 실패했는지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I went for a walk on Namsan Mountain as usual.
It was a particularly sunny day.
The N Seoul Tower in Namsan Mountain had a blue light that said, "It only lights on the day when there was no fine dust”
The Lotte World Tower, which was far away, was as clear as if it were in front of me.
The cold froze the dust and the air looked like transparent ice.
I arrived at ‘Jamdubong Photo Island’, called the best photo shop, a little ahead of 5:55 a.m. taking pictures every day.
On Friday night at the end of the year, the night view of Seoul glittered like white snow.
I brought my smartphone camera to the most beautiful place 10 seconds ago.
When I was about to press the shutter at 5:55 p.m., I tried to turn it on, but it didn't turn back on.
The old smartphone wasted its battery because it could not beat the cold.
So the 5:55 picture failed.
I laughed for no reason.
Although it was the first cold this winter, Namsan Mountain was crowded with tourists from all over the world.
Most of them were dressed in thin clothes because of the sudden cold.
They wore shorts over his long pants and wrapped their face with a thin scarf.
From the winterless South, they hopped around and spoke their native language.
Those who failed to meet the given viewing time were shivering around the open tourist bus.
Among them, the brave pushed the shutter constantly with their frozen fingers, not paying attention to the thin outer garment.
I laughed again.
I and they failed.
So, It was a memorable cold day 'daeseol'.
Even though the sky failed, it didn't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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