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고양이
아침, 인왕산 자락길 수풀 사이에서 누워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윤기 나는 털과 작은 발을 보고 귀엽다고 느끼는 동시에, 고양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무서웠다. 고개를 돌렸다. 더는 가까이 가지 못했지만, 붉은 입가에 날벌레가 드나들고 있는 걸 어렴풋이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는 찰나, 환경미화원께서 쓰레기 봉투를 들고 고양이 쪽으로 다가오셨다. 먼저 발견한 누군가가 신고를 한 거 같았다. 다음 행동을 알 것 같았다. 차마 지켜볼 수 없어 자리를 벗어났다.
종일 이름 모를 고양이를 생각했다.
저녁에 인왕산 자락길에 다시 갔다. 고양이가 누워있던 자리가 어디인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깨끗했다. 유난히 날이 좋았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웃으며 지나다녔다.
어떤 생명이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May the cat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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